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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India

(7) 스리나가르

by kim215 2014. 9. 28.

 

 

스리나가르  풍경......... 2005. 10. 7.

델리에서의 마지막 밤이 밝았다.

어젯밤 과음으로 정신이 약간은 혼미했다.

아침 햇살이 허름한 창문을 통해 비추자 조용했던 도시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로 어제와 같은 일상의 시작한다.

오늘만큼은 서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었는데도 델리는 

더 이상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카메라를 메고 2층 베란다로 나갔다.

낡은 전선이 복잡하게 건물과 건물 사이를 얽어매어 있고,

노점상 리어커들이 장사 준비로 아침을 열고 있다.

아침인데도 뽀얀 먼지가 가득한 거리를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그 사이를 날렵하게 지나가는 오토릭샤가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델리의 아침은 어느 순간 그들의 삶의 몸부림에 의해 조용함이 사라지고

밤과는 아주 다른 그들만의 일상이 되었다.

 

아침 10시 택시를 타고 델리 공항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델리가 인도의 수도(首都)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4차선 도로에 제법 릭샤보다 택시가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델리를 떠나는 순간까지 거지들은 계속 손을 내밀었다.

관광객을 태운 택시가 가다가 교통신호에 걸리면

영락없이 어린아이를 안은 여인들이 창문을 두드리며  기브 미 머니하고 손을 내민다.

신호가 바뀔 때까지 계속 치근대었다.

그러다 돈을 주지 않으면 화를 내며 욕설을 한다.

처음에는 안쓰러워 동전을 주곤 했다.

그러나 끝도 없이 이어지는 거지들을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었다.

무척 무더웠지만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않으려 에어콘도 되지않는 차의 창문을 닫고

공항까지 갈 수 밖에 없었다.

 

델리 공항을 이륙한 지 2시간 만에 스리나가르 공항에 도착했다.

스리나가르는 파키스탄과 인도의 국경 지대인 잠무카쉬미르주 북서부의 카쉬미르 계곡의

중심도시로 젤룸강이 시의 중앙을 흐른다.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데 완전무장을 한 군인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지금까지 평화롭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우리는 마중 나온 숙소 주인과 함께 조금 긴장된 모습으로 공항을 빠져 나왔다.

공항에서 달 호수(Dal lake)까지는 짚차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시카라(엔진 없는 작은 배)를 타야 델리에서 예약한 하우스 보트(House boat)로 된

숙소  스완 하우스로 갈 수 있었다.

하우스 보트는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 영국인들이 인도에 머물면서 집을 짓고 살아야 하는데

법적으로 땅을 소유할 수가 없어서 배를 만들어 호수에 고정시켜 집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시설이 아주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가구와 침대가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

배 하나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주인은 방을 구경시켜주더니 좋은 방을 사용하라고 우리에게 선택권을 준다.

비수기라 다른 손님들이 없었다.

각자 침대 하나씩을 차지하고 짐을 정리했다.

델리에서 힘들게 일정을 잡은 스리나가르 여행은

45일 동안에 모든 식사를 제공 받는 조건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끝없이 펼쳐진 고요한 호수는 평화로웠다.

일단은 우리의 선택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중간쯤에서 쉬어 간다는 의미로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삼엄한 시가지의 풍경은 우리를 많이 위축하게 만들었다

해가 질 무렵 우리는 시카라를 타고 파장 하나없는 호수로 나갔다.

조금의 움직임에도 배는 많이 움직였다.

겁을 먹고 허둥대는데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호수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여유롭게 혼자서도 배를 잘 탄다.

여행에서의 여유는 걷지 않는 것....  시카라는 천천히 달 호수의 중앙을 헤쳐 나갔다.

호수는 조용한 시골처녀처럼 다소곳하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호수에 흙이 쌓여 얕아진 곳이 집터이고, 마당이었다.

그 곳에서 그들은 삶의 뿌리를 내리고 수많은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땅이 좁은 곳은 나무 말뚝을 박고, 물 위에까지 삶의 공간을 넓혔다.

흙이 조금이라도 쌓인 곳이면 학교, 병원, 약국, 구멍가게, 텃밭으로 생활공간이 되어

각자의 역할을 하며 이웃으로 살아간다.

이웃과 이웃은 시카라로 이어주고 있었디.

크고 작은 섬들이 인터넷처럼 이어져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서로를 왕래한다.

호수의 고요함만큼이나 어떠한 악의도 없는 평화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아직은 해가 서산에 넘지 못해 호수를 비추고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며 종업원이 우리를 불렀다.

이유인즉 전기사정이 안 좋아 하루를 일찍 마감해야 한다고 한다.

식사는 우리끼리만 했다.

감자, 닭고기가 전부인 메뉴에 우리가 가지고 간멸치” “고추장더해져

괜찮은 저녁식사가 되었다.

 

하우스보트의 구조는 귀족적이다.

안에는 침대 있는 방 3, 식탁이 있는 부엌, 화장실, 그리고 약간의 공간이 있다.

현관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 목재데크가 나오고 그게 곧 마당이다.

마당은 계단으로 호수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마당의 끝에는 시카라를 매어두는 차고지가 되는 셈이다.

저녁노을이 호수를 비추고, 멀리 보이는 하우스보트에도 전기불이 하나, 둘 들어오자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되었다.

나는 계단에 걸터앉아 매어놓은 시카라를 응시하기도 하고,

호수를 조용히 가로질러 지나가는 시카라를 바라보기도 했다.

웅 웅 웅하는 이슬람교도들의 기도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건너편 하우스 보트의 전기불이 점점 밝아질수록 저녁노을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호수의 저녁풍경도 어둠으로 변해갔다.

 

MP3의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던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광화문연가는 해 저무는 호수 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오늘은 눈과 귀,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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