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새벽시장
새벽 시장 ........... 2005. 10. 9.
시카라(엔진이 없는 작은 배)를 모는 할아버지의 회유로 우리는 새벽 수상시장에 갈 수 밖에 없었다.
부수입으로 얼마를 벌겠다는데 무정하게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한 사람은 잠을 잔다며 빠지고 셋만 가기로 어젯밤 약속을 했다.
새벽에 내가 약속시간보다 일찍 밖에 나왔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새벽공기가 차가운데도 벌써 나와 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두 사람이 세수를 못한 듯 모자를 눌러쓰고 나왔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앉을 자리를 잡아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노인은 배의 맨 뒤쪽에 자리를 잡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시카라는 어둠 속 달 호수의 고요함을 깨뜨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어둠 속에 희미하게 다가오는 여러 대의 시카라에는 채소, 꽃, 과일 등이 실려 있고,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시카라끼리 맞대어 서로 흥정하며 물건을 팔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하루에 많을 때는 300여 개의 시카라가 와서 새벽시장을 연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은 고작 30여개 정도뿐이었다.
모두가 약간의 실망을 느낀 눈치였다.
애써 설명하던 할아버지도 눈치를 챘는지 노젓기에만 전념했다.
흐린 날씨의 영향인지 호수의 어둠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후레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었지만 카메라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풍경은
어둠과 흐릿한 불빛뿐이었다.
사진으로 저장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나는 삭제버튼을 눌러버렸다.
호수의 아침은 좀 쌀쌀했다.
우리는 예정시간보다 조금 일찍 스완 하우스로 돌아왔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이 산등성이를 넘어오자 해무가 자욱한 호수는 옷을 벗는 여인처럼,
호수의 속살을 하나씩 보여주었다.
그것도 잠시,
해무가 완전히 걷히자 새벽시장의 시카라들도 또 다른 삶의 현장으로 하나 둘 사라져갔다.
(달 호수의 아침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