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India

(11) 달 호수

kim215 2014. 9. 28. 14:12

 

 

달호수의 아침풍경 ............. 2005. 10. 11.

아침 햇살을 받은 달 호수를 보면 평화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물 흐름이 전혀 없이 수면위로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강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산 정상으로 구름처럼 올라간다. 달 호수의 신비함이 조금씩 벗겨지는 순간이다. 달 호수는 산으로 둘러 쌓여있고 호수의 중간 중간에는 있는 조그만 섬들이 약국, 가게, 기념품점, 학교, 병원, 그리고 이웃이고, 채소밭이다. 달 호수의 섬들은 그들의 고향이요, 삶의 터전이다. 섬과 섬 사이에는 있는 연꽃 군락도 그들의 생계를 꾸려가는 밭이다. 연꽃 군락지 사이사이에 시카라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이 만들어져 있다길이라기보다 연꽃이 없는 수면이다.

 

달 호수의 하루는 시카라가 시작한다. 시카라의 형태는 다양하다. 화려한 치장을 하고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시카라, 대부분 남자들이 노를 젓는 밑바닥을 넓적하게 하여 짐을 싣고 다니는 시카라, 그리고 자주 눈에 띄는 몸집이 아주 작은 시카라는 대부분 부녀자와 아이들이 시장을 가거나 학교를 가는데 사용한다. 연꽃 농장에서 볼 수 있는 중간 크기의 시카라는 대부분 여인들이 연꽃 줄기를 운반하는데 사용한다. 간혹 두 사람이 함께 노를 젓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아침 기온이 꽤나 쌀쌀하다. 아침햇살이 해무를 밀어낼 즈음, 샤페이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챙기고 시카라를 타고 달 호수 투어에 나섰다우리가 시카라에 오르자 깡마른 체구의 선장은 아무말도 없이 맨 뒤쪽에 앉아 서서히 노를 젓기 시작했다. 무슨 영문도 모르고 우리는 잠시동안 아무런 말도 못하고 먼 산만 바라보았다. 시카라가 고요한 호수에 물결을 내며 작은 섬들이 있는 숲 속으로 다가가자 시내버스 노선처럼 시카라가 다니는 길이 보였다. 수로를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자 나무로 만든 집들이 저마다 간판을 달고 있다. 약국, 병원, 기념품점, 그리고 과자 몇 개를 진열해 놓은 조그만 가게도 보였다. 조그만 가게의 출입구 계단에는 아이들이 걸터앉아 우리가 신기했는지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수면과 접한 계단에는 배 안쪽에 흙탕물이 조금 고인, 낡은 시카라가 하얀 끈으로 매어져 있고, 기념품 가게 앞은 크고 작은 시카라로 혼잡했다. 대부분 관광객을 실은 시카라였다. 기념품을 팔기 위해 관광객들을 데려온 것이다. 우리도 호기심에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종이를 물에 풀어서 모양을 만들고, 마른 다음에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넣어 니스를 칠해 만드는 한지공예와 비슷한 기념품이었다. 이런데 올 때마다 모두가 마음이 약해졌다. 다들 조금 조잡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인도의 상징성도 있고해서 선생님 선물로 몇 개씩을 샀다. 니스 냄새로 가게에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었다. 시카라에서 쉬고 있던 할아버지는 우리들 손에 들고 있는 봉투를 보더니 만족해하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시카라는 무게 중심에 따라 많이 흔들리는데도 앞으로 잘 나갔다. 연꽃 군락지를 지나 광활한 지역으로 나오자 어린아이 혼자서 시카라의 앞부분에 앉아, 끝이 둔탁한 나무에 줄을 묶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어 시카라를 가까이 대도록 했다. 낚시를 하고 있어서 배를 바로 붙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몇 마리 잡았는지 물고기를 볼 수가 있었다. 물이 조금 고인 시카라 바닥에는 20센티미터정도의 붕어 3마리가 입과 아가미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우리 저 물고기 사서 매운탕 해먹자.” 제안이 들어왔다. 할아버지에게 물어 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젓던 노를 멈추고 시카라를 꼬마 쪽으로 대더니 힌두어로 큰소리로 얘기한다. 팔지 않는다는 뜻으로 꼬마는 손을 좌우로 흔들며 답을 했다.

 

시카라가 좁은 수로를 빠져 나왔다. 끝없이 펼쳐진 넓은 호수는 조금의 동요도 없다. 3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빨래 가트(Ghat)가 있는 조그만 마을이었다. 허름한 창고에는 탈수기가 돌아가고 호수와 접한 콘크리트 계단에서는 두 명의 남자가 빨래를 손으로 콘크리트바닥에 치고 있었다화장실을 찾는데 가트 주변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이왕 배에서 내렸는데 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골목을 기웃거렸다. 구멍가게가 보이고, 포장이 안된 골목에는 염소가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들어 누워있고, 나이 많은 아줌마들은 골목의 그늘진 곳에서 이야기 거리가 무엇인지 소리내어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시골이 대부분 그러하듯 순박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카메라를 들고 골목길 풍경에 앵글을 맞추고 셔터를 눌렀다. 담소를 나누는 아줌마들의 순박한 미소, 무엇인지 모르는 담벼락 낙서, 골목의 끝에서 살짝 보이는 빨래터.... 대여섯 장을 찍고 가트 쪽으로 나오는데 젊은 청년 둘이서 카메라에 호기심을 보이며 내게로 다가왔다. 곱슬머리에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친구가 영어가 되는 듯 내 카메라를 가리키며 얼마냐고 말을 걸어왔다. 백만원이라고 대충 얘기했는데 깜짝 놀란다. 카메라 모니터를 통해 동네 풍경과 그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하도 신기해하자 한번 찍도록 카메라를 빌려주었다. 배가 고파왔다. 시카라를 매어놓은 가트 오른쪽에 짜파티를 만드는 조그만가게가 있었다. 가족으로 보이는 그들은 아주 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사진을 찍은 후 짜파티 4개를 사고 있는데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꾸깃한 종이에 주소를 적어주며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한다. 참 화목한 가족으로 보였다. 시카라 위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짜파티와 샤페이가 싸준 점심을 펼쳐 놓았다. 샤페이가 싸준 도시락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짜파티만을 먹었다.

 

오전 내내 호수에서 지내는 게 이만 저만 피곤한 게 아니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몸이 편안해야 눈에 들어오는 것, 모두들 시카라의 기둥에 등을 기대어 잠을 청하자 할아버지는 숙소를 향해 노를 저었다. 할아버지는 노 젓는 것이 힘에 부쳤는지 아침보다 속도가 매우 느렸다. 달 호수의 오후는 강열한 햇살때문인지 신비감이 없어 보였다. 역광에 반짝이는 달 호수의 햇살에 우리는 잠에서 깼다. 그리고 기운까지 뺏어가는지 온 몸이 축 처졌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피부가 검고, 나이가 들어 보인다. 이런 이유가 강한 태양열 때문이라고 한다. 시카라를 운전하는 할아버지도 47살이지만 직접 보면 할아버지다. 인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10살은 아래로 봐야 나이 측이 들어맞는다. 달 호수에서만 하루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모두가 지쳐있었다. 할아버지에게 돌아가자는 신호를 보내자 할아버지는 주름진 입가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하루를 마감하는 노를 저어갔다.

 

 

(달 호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