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쉬미르 공항 ............. 2005. 10. 11.
캐쉬미르는 거리에 주둔해있는 무장군인들, 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이슬람교도들의 기도소리, 정리되지 않은 거리풍경에서 평화의 느낌보다는 긴장감이 나를 압박했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산과 달 호수에서 은밀하게 평온함을 주는 도시였다. 여행 일정의 절반이 아름다운 캐쉬미르에서 끝났다. 케쉬미르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에 물들어 다시 힘든 일정이 시작된다는 걱정 때문에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달 호수의 풍경을 다시한번 둘러보았다. 3일 동안 함께 했던 샤페이, 시카라 할아버지, 짚차를 운전해 준 멋진 청년이 생각났다. 사람은 자연의 아름다움보다 인간의 정이 먼저 생각나고 더 오래 기억된다. 짐을 꾸리고 밖으로 나왔다. 시카라 할아버지가 먼저 나와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1시, 정들었던 스완하우스를 뒤로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은 흙먼지가 날리고, 곳곳에 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다. 캐쉬미르공항이 가까워지면서 군인들이 숫자가 더 늘어났다. 공항 입구에 이르자 검문검색이 시작되었다. 차의 트렁크, 각자의 짐과 몸 수색까지 철두철미했다. 공항 대합실까지 가는데 여섯 번이나 검색이 이루어졌다. 탑승 수속을 하는데도 매우 복잡했다. 카메라의 건전지까지도 빼내어 별도의 화물로 보내야 했다. 밧데리를 잃어버리면 사진을 찍을 수 없기때문에 나의 불안은 더했다. 화물 수속을 마치고 탑승을 기다리는데 1시간 연착된다는 방송이 나온다. 대합실은 시설이 낙후되고 혼잡하였다. 겨우 빈자리를 차지하고 TV를 보는데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심하다는 방송이 특집으로 계속 나온다.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팔에 깁스를 한 사람들이 공항 대합실에서도 많이 보이는 것으로 피해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내내 불안한 마음이었다. 언제 탑승한다는 예고도 없이 무작정 불안한 공항의 분위기에서 기다리는 것은 고역이었다. 1시간을 넘어서니 사람들이 조금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군인들의 모습도 보이고, 이제 탑승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방송을 하지않는데도 그 곳 사람들은 알아서 움직였다. 너무나 익숙하게, 아무런 불평도 없었다. 어쩌면 너무도 흔한 일이기에 일상처럼 흘러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곡된 진실이 진실인 것처럼 그들은 그것에 익숙해 있을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2시간여 만에 델리 인디라 공항에 도착했다. 델리 날씨는 짜증스러웠다. 여행사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그라, 커쥬라호 여행 일정을 의논하기 위해 짚차로 여행사 사무실까지 이동했다. 기차로 가기로 했던 예약을 취소하고 시간절약이 되는 짚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캔슬 차지 1,000루피를 달라고 한다. 여러 가지로 돈을 빼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짚차를 탔다. 그리고 아그라로 향했다. 울퉁불퉁하고 먼지가 날리는 도로가 곳곳에 많았다. 축제기간이라 마을 주변에는 얼굴에 분을 바른 사람들이 트럭에 시바상을 싣고 노래를 부르며,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덜컹거리는 짚차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동안 우리는 아그라에 도착했다.
밤 12시가 되어서다.
(캐쉬미르에서 스니나가르로 가는 길 풍경)
'인도여행 In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커쥬라호 (0) | 2014.09.30 |
---|---|
(13) 타즈마할 (0) | 2014.09.28 |
(11) 달 호수 (0) | 2014.09.28 |
(10) 그들의 사는 세상 (0) | 2014.09.28 |
(9) 새벽시장 (0) | 2014.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