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평 텃밭11

탱자가 밀감나무로 탱자 씨앗이 밀감나무가 되기까지...... 2021. 3. 12.... 탱자씨앗 파종 2022. 3. 15..... 하우스로 이식 2023. 4. 26.... 탱자나무에 밀감나무 접순을 붙이다.(천혜향, 레드향, 한라봉, 하귤) 요즘 내가 느끼는, 터득하는 삶의 지식은 '농사가 제일 어렵다' 는 것이다. 너튜브에서 배우고, 농사꾼에게 듣고,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를 총동원해도 텃밭의 결과물은 항상 빈약하다. 만일 내가, 지금 생계형 농사를 하고 있다면 벌써 난 거지가 되었을 거다. 3년동안 나름 열심히 해봤지만 결과물은 엉망이었다. 그래도 농사란 이런 것이다, 라는 원칙 몇 가지를 터득한 시간이었다. 첫번째, 농사는 서둘러서 되는 게 아니다. 씨를 뿌리고,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고, 익을 때까지 기.. 2023. 5. 1.
4월의 폭우 雨요일의 광평 풍경 한라산 아래 첫 마을인 광평은 눈도 많이 내리고, 비도 많이 내린다. 눈도 내리면 대부분 폭설이고, 비는 내리는 것이 아니라 물이 하늘에서 쏟아진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아침 7시, 산록도로는 안개가 자욱했고, 도로의 여러군데는 물고임이 심했다. 이럴 땐 내 몸이 알아서 긴장해 준다. 반복에서 오는 반응이다. 마주 오는 차들이 조금이라도 속도를 내면 자동차 바퀴에서 물벼락을 만들어 낸다. 그 때마다 윈도우의 와이퍼는 격하게 반응하며 물을 밀어낸다. 다른 날보다 늦은 시간에 광평 텃밭에 도착했다. 밤새 비가 많이 내렸는지, 밭이랑은 빗물이 빠지지 않아 침수가 되어있다. 집 옆에 생긴 자연 하천은 흙탕물을 토해내고 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냥 '비멍'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 2023. 4. 5.
고사리 꺽기 4월에는 생고사리맛의 기억이 우리를 산으로 부른다. 고사리 꺽기는 제주사람들의 연례행사다. 제사를 치르는 큰아들 집에서는 차례상에 써야 하기에 반드시 꺽어야 하고, 제사를 치르지 않는 작은 아들집에서는 '고사리 수다'에 끼어들기 위해서 남들과 함께 꺽어야 한다. 고사리 꺽고 온 날 밤에는 꿈 속에서 고사리가 불쑥불쑥 나온다. 이 철에는 몇 사람만 모이면 '어디에 고사리가 많다'는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나 아무리 고급 정보라 해도 고사리는 비가 내려주고 온도가 상승해야 길게길게 얼굴을 내민다. 제주사람들에게 4월의 아픔 기억이 4.3사건이라면 고사리 꺽기는 따뜻한 마음 속, 계속 이어지는 4월의 추억이 아닐까. 꺽어온 생고사리를 바로 삶아서 무쳐먹는 그 맛, 어떤 단어로도 완벽하게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2023. 4. 4.
한라산 아래 첫 마을 '광평' 한라산 아래 첫 마을 '광평'의 겨울 풍경 첫 눈이 내렸다. 장독대가 있어서인지 겨울풍경이 제법 고급스럽게 보인다. 광평의 겨울바람은 도심의 거리에서 맞는 바람과는 사뭇 다르다. 옷깃을 파고드는 칼바람의 차가움은 있지만 몸이 느끼는 반응은 항상 기분좋다. 애기동백이 만개했다. 꽃 하나, 하나를 따로 구분하면 보잘 것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닥치기로 핀 동백의 붉은 빛은 사십대의 절열이다. 한라산 아래 첫 마을의 추위 속에서 채소들도 겨울나기가 무척 힘들 것이다. 그러나 김장배추는 겨울 찬바람을 견디어내는 것만큼 달콤한 맛을 계속 비축할 것이다. 2021.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