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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평 텃밭

탱자가 밀감나무로

by kim215 2023. 5. 1.

탱자 씨앗이 밀감나무가 되기까지......

2021. 3. 12.... 탱자씨앗 파종

2022. 3. 15..... 하우스로 이식

2023. 4. 26.... 탱자나무에 밀감나무 접순을 붙이다.(천혜향, 레드향, 한라봉, 하귤)

 

요즘 내가 느끼는, 터득하는 삶의 지식은 '농사가 제일 어렵다' 는 것이다. 너튜브에서 배우고, 농사꾼에게 듣고,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를 총동원해도 텃밭의 결과물은 항상 빈약하다.  만일 내가, 지금 생계형 농사를 하고 있다면  벌써 난 거지가 되었을 거다.

 

3년동안 나름 열심히 해봤지만 결과물은 엉망이었다.  그래도 농사란 이런 것이다, 라는 원칙 몇 가지를 터득한 시간이었다.

 

첫번째, 농사는 서둘러서 되는 게 아니다.  씨를 뿌리고,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고,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간에 생략해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우리 인생도 생략해서 되는 게 없는 것과 같다.  행여 됐다고 생각이 드는 일들도 훗날 머리 아픈 일로 바뀌어 돌아온다.

 

두번째, 농사는 과학적이어야 하고 하늘이 도와야 한다.  사람들은 씨만 뿌리고 물만 잘주면 무럭무럭 자란다고 한다. 그건 농사가 아니다. 그냥 집에서 채소를 키우는 취미생활이기에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모두가 잘되는 것처럼 느낄 뿐이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시험지를 대충 보며 지나칠 때 아는 문제가 많이 보이면 시험이 쉽다고 느끼는 그런 감정인 게다. 끝까지 풀어보면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텃밭농사는 상추, 고추, 오이, 깻잎 등을 키우지만 가을에 농사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모두가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농사는 데이타를 기준으로 재배하고,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가을에 웃을 수 있는 어려운 일이다.

 

세번째, 생계형인 아닌 농사는 노후를 즐겁게 한다.  매일 흙을 만지고, 커가는 식물을 매일 바라보면 세상에 대한 잡념이 다 사라진다. 수확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사가 잘되면 이웃에게 나눔을 하고, 농사가 안되면 이웃과 소주 한잔 하며 이야깃거리로 안주 삼으면 된다.

 

올 봄은 윤달이 있어서 갑자기 밤기온이 떨어지는 날이 많아 새순들이 동해를 많이 입었다. 그래도 여름엔 밭에 파란 싹들이 가득할 거란 생각을 하며 밭에 간다.

 

오늘은 생계형 농사로 탱자에 밀감나무순을 접붙인다.  내일은 노지에 오이(물외) 모종을 심어 멀칭을 해야 하고, 모레는 또 다른 일이 기다린다. 서툰 농부의 봄날은 무척 바쁘다. 여름날, 풍성한 나눔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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