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는 생고사리맛의 기억이 우리를 산으로 부른다.
고사리 꺽기는 제주사람들의 연례행사다.
제사를 치르는 큰아들 집에서는 차례상에 써야 하기에 반드시 꺽어야 하고, 제사를 치르지 않는 작은 아들집에서는 '고사리 수다'에 끼어들기 위해서 남들과 함께 꺽어야 한다.
고사리 꺽고 온 날 밤에는 꿈 속에서 고사리가 불쑥불쑥 나온다. 이 철에는 몇 사람만 모이면 '어디에 고사리가 많다'는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나 아무리 고급 정보라 해도 고사리는 비가 내려주고 온도가 상승해야 길게길게 얼굴을 내민다.
제주사람들에게 4월의 아픔 기억이 4.3사건이라면 고사리 꺽기는 따뜻한 마음 속, 계속 이어지는 4월의 추억이 아닐까.
꺽어온 생고사리를 바로 삶아서 무쳐먹는 그 맛, 어떤 단어로도 완벽하게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생고사리의 맛에 옛 제주의 투박한 맛이 더해진 그 맛이 그냥 굳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제주에서 먹어보고 느끼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 내일 비가 온다기에 작년에 고사리를 많이 꺽었던 곳에 갔었다. 아직은 시원하게 고사리들이 고개를 내밀지 않고 있다. 비 온 뒤에 대나무 순처럼, 고사리는 비 온 다음 날 아침에 쑤욱 나온다.
그래도 오늘 첫 수확인데도 많이 꺽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