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위원들과의 수다.
동네 사람들이라는 말을 해본 지가 30년전쯤 되었을 것 같다.
어쩌면 그 이전인 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이 흔히 말하는 '촌'에 살았거나, 괸당들이 모여있는
자연부락에 살아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서귀포 뒷병디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도 가기전에 동홍동 사거리로 이사를 갔다.
그때(1965년쯤), 그 곳은 취락이 형성되지 않은 허허벌판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곳은, 우리집을 포함 두서너집이 있었을 뿐이다.
도로는 마차들이 다니면서 생긴 비포장도로가 전부였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누군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오면 빨리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냥 '서귀포' 라고 퉁쳐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마을별로 구성되는 청년회, 마을회에도 한번도 참여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나는 '동네 사람들'과 낮술을 하며 수다를 떨고 있다.
너무나 정감있고 사람냄새 폴폴 나는 자리다.
수다의 주제가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막걸리 한 잔, 소주 한 잔에 이야기는 자동으로 돌아간다.
누군가의 말 실수에는 바로 태클을 걸기도 하지만 악의가 전혀 없다.
우열의 구분도 없다.
서로 억지를 쓰고, 뻥이 90%를 넘어도 그냥 '허허허' 침 튀기며 웃고 지나쳐 버린다.
도시의 밤은 깊을 수록 좋다고 그랬다. 우리는 세번째 차를 타고 법환 해녀식당으로 향했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한 잔,
터진 전복 내장 한 토막에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고 외로운 섬, 범섬을 바라본다.
술이 취하지 않는다. 대신 취해주는 범섬이 있어서일 게다.
주민자치위원들과 함께한 雨요일 1, 2, 3차..... 긴장없는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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